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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글로한량한 라이프/한량한 에티튜드 2024. 7. 21. 14:09반응형
1년이 넘는 심적 방황기가 있었습니다.
늘 하지않을 핑계는 수십 아니 수백가지씩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저는 의지가 약한 편이고 불안도가 높은 사람입니다. 작은 일에도 멘탈이 흔들리고 마음을 다잡고 다시 계획하고를 반복합니다. 지극히 평범한 아니 어쩌면 평범보다 조금 아래 있을 수 있는 정도의 멘탈을 가지고 있습니다. 글을 쓰기로 마음을 먹고 열심히 글을 써 내려갔던 적이 있었습니다. 당연히 계획도 있고, 의지도 있었습니다. 저같이 의지가 약한 사람 대부분이 그러하듯 '딱 3일만 넘겨보자!' 라는 마음으로 나 자신과의 약속이자 세상에 대한 도전을 이어갔었습니다.
불안과 발작 버튼은 예기하지 못하는 부분에서 작동하곤 합니다. 하지않을 수 밖에없었던 수십가지 이유들에게 패배하고 자신과의 약속을 저버리고 익숙함과 무료함의 세계에 갇혀 그것을 안정이라 착각하며 1년 넘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많은 분들이 공감할 수 있는 경험이라 생각합니다.
안정이라 착각했던 그 시간들은 언젠가 다시 사나운 이빨을 드러내기 마련입니다. 내가 가장 안정적이다라고 착각하고 있을 바로 그 때. 처음에는 몸을 먹혀버렸습니다. 하던 운동도 하지않고 늘어져 살만 찌우는 평안한 삶을 보냈습니다. 귀찮고 힘든 것들을 점점 꺼리게 되었습니다. 몸을 먹히고 나서 마음을 먹혔습니다. 부정적이고 패배적인 마음이 나 자신을 좀 먹어버렸습니다. 나 같은게 무슨... 다들 이렇게 살겠지... 내가 뭐 특별한 사람이라고... 귀찮다 그냥 이대로 살자. 몸과 마음을 먹혀버리고 나니 이 세상에 더이상 나같은건 존재하지 않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니 존재할 이유가 없다 생각했습니다. '자살'이라는 단어를 검색하는 시간이 많아졌고, 심지어 그것을 구체화 시키는 단계에 이르게 됩니다. 죽고 싶다라는 마음이 아니었습니다. 더이상 살 이유가 없다라고 표현하는게 좀 더 그 당시의 제 심정을 잘 대변하는 말같습니다. 괴변이 늘어나고 주변을 설득해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당시에는 그것이 맞았습니다. 나름 내 생각을 합리화할 논리들을 구성해 나갔습니다. 이런 시간이 지속될수록 저는 더 그리고 더 조금 더 세상에서 밀려나고 있었습니다.
누군가 나를 말려주기를 바란적도 있는 듯 합니다. 이 사실을 입밖에 내지는 않았습니다. 인간의 본능은 사(死)가 아니라 생(生)이라는 글귀를 읽었습니다. 죽음을 생각하고 이를 구체화시키는 와중에도 밥이 넘어갔습니다. 아프면 약도 챙겨먹었습니다. 때되면 사람들도 만났습니다. 그러다 문득 나는 죽고자하는 사람이 맞는가 라는 의문이 생겼습니다. 표면적으로는 아파서 죽고싶지는 않다라는 것이 명분이었습니다. 지금 내게있어 최악의 죽음은 사고사다라고 생각했습니다. 어둠에 먹혀버렸던 그 시간을 후회하거나 의미없는 시간이라 말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런 경험과 무지함이 쌓여 오늘 다시 글을 쓸 수 있는 자리로 돌아왔기때문입니다.
이별을 한번도 겪어보지 못한 사람이 사랑 노래를 부를 수는 없습니다. 그것은 거짓이기 때문입니다. 진정성이 없는 그냥 노래하는 스킬일 뿐입니다. 실패를 한번도 해보지 않은 사업가는 사업에 관해 말할 자격이 없습니다. 희( 喜)와 락(樂)만 존재하는 삶은 인생이 아닙니다. 누구나 실패도 겪고 아픔도 겪고 힘들고 괴로운 시간들을 겪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다 괜찮아진다라는 진부한 이야기를 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지지말자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어짜피 죽음을 피할 수 없는게 인생이라면 굳이 그 죽음이 내일일 필요는 없습니다. 그저 먹히지 말자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감정에 체력에 다른 사람에 휘둘리는 그런 삶을 살 필요는 없습니다. 어제까지는 피할수도 없고 벗어날 수도 없는 덧에 갇혀 살았을 수 있습니다. 오늘도 바뀌는게 없는 똑같은 현실일 수 있습니다. 내일은 달라졌으면 좋겠다라는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한달을 일년을 지속할 의지가 없다면 하루만 하루만 더 딱 하루만 더 하면서 의지를 하루에서 이틀로 이틀에서 사흘로 늘려보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저는 스스로 무엇인가를 이뤄본 경험이 없는 사람입니다. 작은 성과들에도 모두 다른 사람들의 도움이 빼곡히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를 부정하고 나 자신을 높이 평가하고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의 도움이 있었다는 사실을 이제는 인지할 수 있는 단계가 되었습니다. 이것도 성장이라면 성장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생각했습니다. 무엇이 되었든 스스로 결과를 만들어내는 사람이 되어보자. 하나 하나 나의 이룸을 늘려가보자. 그래서 먹혔던 내 몸과 마음을 다시 찾아오자. 내 삶의 주체를 나로 가져오자. 흔들리지 말자. 하지 않을 이유 찾던 나에서 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찾는 내가 되어 보자. 이왕이면 긍정적으로 살아보자. 웃어보자. 나도... 행복해져보자. 행복이란게 따뜻함이란게 무엇인지 알고 이를 다른 사람에게 알려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보자. 일단 그렇게 살아보자. 그리고 나서 이렇게 해보고 나서 그래도 삶이 내게 주는 것이 괴로움과 고통 뿐이라면 그때가서 결정하자. 이것이 제가 다시 글로 돌아온 계기입니다. 사람들을 피하며 살았고 대화가 무서웠고 나를 바라보는 시선과 그 시선 안에 숨어있는 생각이 두려웠습니다. 사실 지금도 마찬가지긴 합니다. 그래도 일단 한번 해보려 합니다. 다시 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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